‘몸속 정수기’로 불리는 콩팥은 몸 대사과정이나 먹은 음식에서 생기는 노폐물을 처리하는 장기다. 콩팥이 1분 동안 깨끗하게 걸러주는 혈액의 양을 사구체여과율(gfr)이라고 하는데, 정상 사구체여과율은 분당 90~120ml 정도다. 이 수치가 감소하면 흔히 ‘신장기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데, 60ml/min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콩팥병이라 지칭한다 만성콩팥병은 195개국의 ‘세계질병부담(global burden of disease)’ 연구에서, 2040년에 수명을 가장 많이 단축할 질병 5위로 꼽혔다.
만성콩팥병의 위험 요인 ‘흡연과 소금 섭취’질병관리청이 만성콩팥병 환자를 장기추적 조사한 결과, 비만 예방과 대사이상 조절, 금연과 저염식이 질환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콩팥 기능이 악화할 위험도가 높았다. 만성콩팥병 환자 중 매일 한 갑씩 15년간 흡연한 환자와 30년 이상 흡연한 환자는 콩팥 기능 악화 위험도가 비흡연 환자의 각각 1.48배, 1.94배였다. 1일 소금 섭취량이 11g 이상인 환자는 6~8g 섭취 환자군보다 악화 위험도가 1.6배에 달했다. 질병청은 “만성콩팥병 환자는 비만과 대사이상을 잘 관리하고 금연 및 절주를 실천해야 한다”며, “또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1일 소급 5g(나트륨으로는 2,000mg) 이하의 저염식을 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이렇게 흡연과 소금 섭취량은 신장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 간 데이터의 일관성이 없고, 특히 흡연력 자료가 대상자의 주관적인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소금 섭취량이 많고, 이에 따라 신장이 망가져 소변에 알부민이 섞여 나오는 알부민뇨증의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부민뇨증, 흡연보다는 소금 섭취가 원인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장내과 오세원 교수는 흡연, 소금 섭취량과 알부민뇨증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코티닌/크리아티닌 비율로 검증된 흡연 상태, 소금 섭취, 알부민뇨증 위험과의 연관성을 평가하여 객관적인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대한민국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1 및 2014~2018) 참여자 8만 4,332명 중 추정 사구체여과율이 60이상(≥60ml/min/1.73m2)인 성인 3만 7,41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흡연 상태의 척도인 코티닌/크리아티닌 수치는 현재 흡연자, 간접흡연자, 비흡연자 순으로 높게 나왔다. 소금 섭취와 흡연 상태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들이 소금 섭취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부민뇨의 유병률은 소금 섭취량에 따라 그룹을 나누었을 때 5.3%, 5.7%, 7.1%, 9.9%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소금 섭취를 많이 할수록 알부민뇨의 위험이 높아짐이 확인됐다. 여러 변수를 배제하고 보정한 결과,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알부민뇨의 위험도가 1.4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량이 가장 많은 그룹에서 소금 섭취가 많은 경우, 소금 섭취가 적은 경우에 비해 알부민뇨의 위험이 2.22배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흡연은 알부민뇨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장내과 오세원 교수는 “흡연은 소금 섭취와 관련이 있었으며, 흡연이 소금 섭취와 알부민뇨 사이에서 위험을 증폭시킨다”며, “또한 소금 섭취량의 조절이 알부민뇨증의 예방과 치료에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세원 교수는 “이 연구는 대규모의 전국적인 데이터셋을 사용하였고, 소변 나트륨, 소변 코티닌 등의 데이터를 객관적이고 일관적인 방법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하며, “콩팥병 환자에서의 저염 식이 및 금연의 중요성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하여 과학적인 근거를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 결과는 대한신장학회 공식학술지 ‘신장 연구 및 임상시험(kidney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