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잠을 자도 지속적인 피로감이 가시지 않거나 인지 기능 저하가 의심된다면, 이는 비타민 B12 결핍 신호일 수 있다. 비타민 B12는 DNA 합성과 적혈구 생성, 신경계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수용성 비타민으로, 결핍 시 신경학적 문제 외에도 거대적아구성 빈혈(megaloblastic anemia)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채식 위주 식단, 위산 억제제나 메트포르민(당뇨병 약) 복용, 또는 위축성 위염 등으로 흡수율이 저하된 중장년층(40~59세의 4% 이상)에서 결핍 위험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영양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결핍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기 위해 비타민 B12 결핍을 의심할 수 있는 주요 증상을 알아본다.

1. 극심한 피로감
비타민 B12 결핍의 가장 두드러진 초기 신호 중 하나는 극심한 피로감이다. 우리 몸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를 생성하기 위해 비타민 B12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체내 B12가 부족하면 혈액 내 산소가 충분하지 않아, 수면 시간과 관계없이 피로를 느끼게 될 수 있다. 다만 피로감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의심 증상과 복합적으로 나타날 때 비타민 B12 결핍을 의심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2. 따끔거림 및 무감각
비타민 B12는 신경계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신경세포의 축삭을 감싸 보호하는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의 합성과 유지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B12가 부족할 경우 신체에 감각 이상(paresthesia)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핀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무감각, 따끔거림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손과 발의 말단에서 시작되는 경향을 보인다.

3. 기억력 저하 및 혼란
열쇠를 냉장고에 두거나 지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인지 기능 저하나 혼란(브레인 포그)이 잦아진다면 B12 부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영양사 리사 심퍼맨(Lisa Cimperman)은 건강 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을 통해 "노인 환자에게서 이러한 결핍 증상이 알츠하이머로 오인되는 경우를 보았다"며 "혈액 검사로 B12 결핍이 확인된 후 보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4. 균형 감각 상실
몸이 흔들리거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 또한 B12 결핍의 일반적인 증상일 수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B12 부족으로 인한 신경 손상은 신체의 조정 능력을 떨어뜨려 균형 감각 상실이나 현기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창백하거나 노란빛 피부
안색이 창백해지거나 피부가 노란빛을 띤다면(황달) B12 결핍이 원인일 수 있다. B12는 적혈구 생산을 돕는데, 결핍 시 생성된 적혈구는 매우 취약해 쉽게 파괴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노란색 색소인 '빌리루빈(bilirubin)' 수치가 높아지면서 피부가 노랗게 보이게 된다.

6. 매끄럽고 붉은 혀
심각한 B12 결핍 환자의 약 절반가량은 혀 표면의 작은 돌기(유두)를 잃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혀 가장자리에서 이러한 증상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유두에는 미뢰가 포함되어 있어 미각을 상실할 수도 있다. PCOS 영양 센터(PCOS Nutrition Center) 소속의 안젤라 그라시(Angela Grassi) 영양사는 "B12 결핍 여성은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체중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환자는 혀 뒤쪽의 작열감이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7. 불안 및 우울
평소보다 더 우울하거나 불안감을 느낀다면, B12 결핍이 기분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B12가 기분 조절에 작용하는 세로토닌(serotonin), 도파민(dopamine) 같은 뇌 화학 물질 합성에 관여하므로, 결핍 시 기분 조절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